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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가을 비평워크숍(수강생 비평문)]지금 여기에 – 존재하는 유령들 <유령들>

지금 여기에 – 존재하는 유령들양손프로젝트 : 민규현 등 주로 소설을 각색해 온 양손프로젝트는 특유의 미니멀리즘 미학을 구축해왔다. 양손프로젝트는 2025년 헨리크 입센의 을 각색한 (양손프로젝트 각색 박지혜, 연출, LG아트센터 U+스테이지, 2025.10.16.~10.26.)을 시작으로 입센 3부작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이번에는 소설이 아닌 희곡을 각색했지만, 미니멀리즘을 기반으로 하는 양손프로젝트의 독자적인 스타일은 이번 공연에서도 일관되게 유지된다. 19세기 노르웨이를 배경으로 하는 입센의 은 사회를 잠식한 관습, 종교적 위선, 맹목적인 미덕을 지적한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현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지만, 원작의 시대와 형식을 충실히 재현한 무대가 지금의 관객에게 그 메시지를 온전..

[2025 가을 비평워크숍(수강생 비평문)]허물어가는 경계에서 명확히 지켜낸 것 <디 임플로이>

허물어가는 경계에서 명확히 지켜낸 것 권서의천장에 닿을 듯한 큰 스크린. 그 아래에는 꽤나 큰, 그리고 텅 빈 구조물이 있다. 공연이 시작 되면 기계 같은 음성이 흘러나온다. 음성의 질감으로 미루어보아 우리가 지금 있는 이곳이 우 주와 미래, 로봇과 관련되었음을 알린다. 이어서 몇 가지를 더 알리는데, 관객은 무대 중간에 있는 구조물을 제외하고 어디든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과 촬영 또한 일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로써 관객은 티켓에 명시된 ‘객석 자리’에서 물리적으로 벗어날 기회를 받는다. 시청각 이미 지와 안내내용은 창작진이 관객에게 ‘내가 살아가고 있는 이 지구를 벗어난 우주 어딘가’를 경험케 하리라 예고한다. 관객은 지금 이 시점과 내 자리를 벗어나, 어딘가를 ..

[2025 가을 비평워크숍(수강생 비평문)]‘존 케이지’를 넘어선 ‘마가렛 렝 탄’의 자전 무대 <드레곤 레이디는 울지 않는다>

‘존 케이지’를 넘어선 ‘마가렛 렝 탄’의 자전 무대 - ‘드레곤 레이디는 울지 않는다’오지용싱가포르 출신의 피아니스트 ‘마가렛 렝 탄’은 40여 년간 뉴욕을 기반으로 미국 아방가르드 음악의 최전선에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펼쳐왔다. 특히, ‘토이 피아노’를 진지한 연주 악기 로 끌어올린 선구자로 실험 음악의 지평을 넓혀왔다. 공연 ‘드레곤 레이디는 울지 않는다’는 작곡가 ‘에릭 그리스 월드’의 음악과 ‘마가렛 렝 탄’의 대사, 녹음된 음성, 이미지를 결합하여 구성한 작품으로, 스승인 ‘존 케이지’의 유산을 깊이 이해하면서 자기만의 독자적인 예술적 경 지를 탐구하는 여정을 보여준다. 시공을 넘나드는 상징의 공간 공연장에 들어서면 바닥과 벽으로 연결된 엘자 형 스크..

[2025 가을 비평워크숍(수강생 비평문)]시대를 초월하는 연결고리<네안데르탈>

시대를 초월하는 연결고리 권일심공연 〈네안데르탈〉(다비드 쥬셀송,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2025.10.31.–11.02)은 ‘인 간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진화 인류학자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 1955-)의 연구를 중심 소재로 삼고, 여러 실존 과학자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창작된 이 작품은 각본·연출·출연을 맡은 다비드 쥬셀송과 그가 이끄는 극단 뤼디(Lieux-Dits)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예술적 관심사, 즉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에 깊이 천착한다. 디옥시리보핵산(Deoxyribo Nucleic Acid), 즉 DNA는 이 공연의 핵심 개념이다. 작품 속에서 이를 설명하는 장면이 별도로 마련될 만큼 중요한 요소지만, 생물학에 익숙하지 않 은 관객에게는..

[2025 가을 비평워크숍(수강생 비평문)]매끄러운 영상 속 불편함<디 임플로이(The Employees)>

디 임플로이(The Employees)– 매끄러운 영상 속 불편함 김승원 는 2021년 인터내셔널 부커상 후보에 오른 덴마크 작가 올가 라븐(Olga Ravn)의 동명 SF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바르샤바 STUDIO theatregallery가 제작했으며, 대본은 요안나 베드나르칙(Joanna Bednarczyk), 연출은 우카시 트바르코프스키(Łukasz Twarkowski)가 맡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복잡하고 다양한 담론과 예술 형식의 변화를 매끄럽지 않은 다양한 ‘얽힘과 마찰’로 바라보고자 한 2025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주제와 연결해 감상하기에 적절하다. 제한된 자유이야기는 지구가 파괴된 이후 인간과 휴머노이드 로봇이 함께 근무하는 우주선 ‘6000호’ 안에서 벌어지는 실험적 프..

[2025 가을 비평워크숍(수강생 비평문)]카메라로 훔쳐본 감각의 우주선 <디 임플로이>

카메라로 훔쳐본 감각의 우주선 우카시 트바르코프스키, 허재홍유튜브, OTT, 영화, 텔레비전. 볼 것도 즐길 것도 많은 시대에 굳이 연극을 보러 극장을 찾 는다면 가장 큰 이유는 뭘까. 그건 연극만이 가진 실시간성, 현존성의 감각이다. 2025년 가을 SPAF에 초청되어 동숭동 아르코 예술극장을 찾은 우카시 트바르코프스키는 굳이 새로운 이 야기를 꺼내진 않는다. 시놉시스를 읽다 보면 SF소설과 영화에서 이미 많이 본 듯한 이야기 다. 하지만 「디 임플로이」를 마주친 관객은 전혀 다른 감각을 얻게 된다. 시각과 청각이 자극 받고 촉각도 연상하게 된다. 그리고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상의 실연은 연극의 현존성과 감각 의 질서를 재배열한다. 진부하고 익숙한 소재인데도 그렇다. 예술이 이미 익숙한 것을 새..

[2025 봄 비평워크숍(수강생 비평문)]여자의 몸을 찢어 인간성을 논하는 오래된 이야기 <은의 밤>

여자의 몸을 찢어 인간성을 논하는 오래된 이야기 - [연극] 은의 밤진세민2025년 서울연극제 공신선정작 연극 (극작 백미미, 연출 박문수)이 6월 6일부터 6월 15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되었다. 연극 에는 두 가지 시간대가 병렬 적으로 등장한다. 하나는 전쟁에서 도망치는 어린 소녀 이다와 아니타의 시간이며 다른 하 나는 부부인 군인 도준과 의사 코라의 시간이다. 은 전쟁의 전선 앞 무력의 세상 이 아닌 그 후방에 대하여 말한다. 이를 통하여 전쟁이 개인에게, 또한 세대를 걸쳐 어떠한 상흔을 남기는지 보여주고자 했다. 왜 전쟁인가 전쟁을 주제로 하는 예술은 하나의 군집을 이룬다. 전방에 섰던 이들의 PTSD(외상 후 스 트레스 장애) 경험, 마을과 가족을 잃은 아이들, 민간인 상대의 학대와 폭..

[2025 봄 비평워크숍(수강생 비평문)]Ends of endlings, <엔들링스 Endlings>

Ends of endlings, 연극 엔들링스 Endlings 정영석 는 두산 인문극장의 2025 주제 ‘지역(로컬; Local)’에 관한 두번째 공연으로 올려진 작품이자, 서울연극제 공식 참가작이다.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로 오른 영화 의 작가 셀린 송(Celine Song)의 매우 초기작으로, 영어로 쓰여 뉴욕에서 공연된 것이 한국 번역 작가와 연출, 또 드라마터그의 손을 거쳐 한국 무대에 올랐다. 한국 전라남도의 아주 작은 섬 만재도 해녀들과 그 이야기를 쓰는, 미국 맨해튼에서 백인 남성 작가와 사는 한국계 여성 작가의 이야기다. 예상 가능하듯 자전적이나, 허구의 이야기를 끌어안은 자화상이다. 인생의 1/3 이 끝날 때 즈음 한국에서 캐나다로, 2/3 가 시작될 즈음에는 캐나다에..

[2025 봄 비평워크숍(수강생 비평문)] 학교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 갈등의 축 <원칙>

학교로 바라보는 우리 사회 갈등의 축 임다연연극 (이준우 연출, 궈융캉 작, 장희재 번역, 강훈구 각색, 서울연극창작센터, 2025.5.23~2025.6.1)은 교장의 부임으로 시작해 새로운 질서 아래 두 갈래로 나누어지는 학교 의 모습을 보여준다. 무대는 갈라진 학교의 모습을 반영하듯 대칭적이다. 무대 양 끝에 놓인 계단처럼 각자의 옳고 그름이라는 이분법을 기준으로 싸우는 인물들은 서로 가까워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무대는 관객에게 하나의 상징으로서 본래의 목적을 잊은 채 편을 갈라 싸우기에 바쁜 한국 사회의 모습까지도 투영한다. 대칭적인 무대에서 이분법의 논리로 대립하 는 인물들의 모습은 극 바깥의 현실까지도 아우르고 있다. 부임한 교장 이연조(박현숙 분)..

[2025 봄 비평워크숍(수강생 비평문)]범람하는 은유 속 길을 잃은 은빛 세계-삶의 모순마저 모호해진 연극 <은의 밤>-

범람하는 은유 속 길을 잃은 은빛 세계 -삶의 모순마저 모호해진 연극 -이지영연극 은 제46회 서울연극제 공식 선정작으로, 2025년 6월 6일부터 6월 15일까지 공연되었다. 이 작품은 박문수 프로젝트와 공연창작소 공간과의 협업 프로젝트로 탄생했다. 박문수 연출은 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을 통해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갇힌 인물들이 구원과 파멸 사이의 경계에 놓이게 되는 순간,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장면을 예리하게 포착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작 공연은 형식적 실험과 주제의 비극성 사이의 갈림길에서, 가고자 하는 방향을 명확히 찾지 못한 채 방황하는 인상을 남겼다. 관조할 수 없는 비극, 전쟁이 작품은 인간의 본성이 가장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상황으로서의 전쟁을 배경으로 한다. 어떠한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