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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튜링 테스트의 서사적 모티프와 토론 형식을 활용한 SF 연극 - 극단 신인류, <이를 탐한 대가>, 연극평론가 백로라

튜링 테스트의 서사적 모티프와 토론 형식을 활용한 SF 연극 - 극단 신인류, 백로라(연극평론가, 숭실대 교수) 제2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공식참가작 (김성진 작, 조남형 연출, 2023.11.7.-11.9, 민송아트홀 2관)는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비인간(인공지능)과 구별되는 인간 존재의 고유성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인간보다 더 인간다운(?) AI(혹은 복제인간)를 통해 인간의 존재론적 위기를 경고한다는 점에서 영화 나 와 유사하지만, 영상 언어가 아닌 무대 언어를 통해 SF적 상상력을 펼친다는 점에서는 그와 차별화된다. 막이 오르면 사방이 흰색으로 칠해진 실험실 내부에 동면기와 테이블이 보인다. 재미교포 탐이 테이블에 앉아 있고, 무기징역수 수한이 잠에서 깨어나 동면기에..

회원 비평 2024.04.19

[제2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폭력의 서사가 아닌, 폭력의 주체와 본질에 천착하는 연극- 극단 물속에서 책읽기, <트루 코메디True Comedy>, 연극평론가 백로라

폭력의 서사가 아닌, 폭력의 주체와 본질에 천착하는 연극 - 극단 물속에서 책읽기, 백로라(연극평론가, 숭실대 교수) 극단 ‘물속에서 책읽기’의 (김민중 작, 유수미 연출, 2023.11.7.-11.9, 민송아트홀 2관)는 아버지의 폭력으로 인한 가족해체의 비극을 다룬 작품이다. 코메디를 표방한 공연 제목은 관객의 기대를 의도적으로 배반하기 위한 일종의 트릭으로 보인다. 웃음보다는 긴장과 공포가 작품 전체를 지배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제2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의 공식 참가작으로 아버지와 아들, 단 두 명의 인물만 무대에 등장하지만, 관객을 지루함에 빠뜨리지 않고 시종일관 팽팽한 극적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막이 오르면 속옷 차림의 아버지가 등장하여 빈둥거린다. 휴대폰을 보거나 골프 스윙..

회원 비평 2024.04.19

두산아트센터와 함께하는 한국연극평론가협회 2024 봄 비평워크숍 수강생 모집

두산아트센터 공연 두 작품과 서울연극제 공연 두 작품을 대상으로 공연 관렴 후 토론과 비평을 나눕니다. 일정 : 5/25, 6/8, 6/15, 6/22 오전 10시~12시 (총 4회) 장소 : 대학로 예술가의집 세미나실, 대학로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센터 인원 : 8명 (지원 받아 심사를 거쳐 선발하며 기 수강자 우대함.) 수강료 : 10만원 (티켓료 포함) 강사 : 최영주, 김성희, 이예은, 백로라 모집일정 : 4.15(월) ~ 4.26(금) 발표 : 4.26(월) 수강자 대상 안내 공지문 발송 수강생 지원자격 : 학력 무관 지원서류 : 메일 제출 (katc200@hanmail.net) 1) (필수) 1쪽 분량의 간단한 자기 소개 및 비평워크숍 수강 이유 2) (선택) 연극 비평문 수강자혜택: 기 비평워..

차별화된 창작극 무대, 지역 연극의 가능성- 극단 장자번덕, <별>, 연극평론가 백로라

차별화된 창작극 무대, 지역 연극의 가능성 - 극단 장자번덕, 백로라 지역 연극의 경우, 작가, 배우, 연출, 스태프 등 공연 제작을 위한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에, 공연의 완성도나 다양성을 크게 기대하지 않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처럼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공연이 올라가고 관객들은 극장을 찾는다. 지역 연극의 강한 생명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연극인들의 열정과 관객들의 관심, 그것은 지역 연극을 현재까지 견인하고 유지해온 힘이 될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지역 고유의 역사와 정서가 담긴 창작극 레퍼토리의 발굴을 통해 차별화된 무대를 보여주려는 공연이 많은데, 차별화된 창작극 무대야말로 지역 연극이 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극단 장자번덕의 (백..

회원 비평 2024.03.25

3월 총서 발간 세미나

올해 '연극 이후의 연극들'이라는 주제로 총서 발간 세미나가 3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됩니다. 오늘 상명대학교 예술디자인센터에서 그 첫 포문을 열었습니다. 시작은 임형진 선생님의 이라는 주제로 그 다음은 조만수 선생님의 이라는 주제로 발표가 진행되었습니다. 2024 총서 발간 세미나 첫 모임인데도 불구하고 좋은 내용들과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이 오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있을 총서 발간 세미나도 많은 기대 바랍니다.

평협이야기 2024.03.16

[제2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2인극의 진수(眞髓), 제2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에서 만나다 <실종법칙>, 연극평론가 김기란

2인극의 진수(眞髓), 제2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에서 만나다 김기란 202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등단 작가인 황수아가 쓰고, 주애리가 연출한 (2023.11.18.-11.19, 민송아트홀 2관)은 제2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공식참가작으로 공연되었다. 2인극은 단 두 명의 배우가 역동적인‘밀당’으로 극을 끌어가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공연 형식이다. 배우의 기량이 비슷해야 하고, 연출의 밀도도 높아야 하며, 못지않게 대본의 힘도 중요하다. 국내에서 창작되는 희곡 중 2인극의 편수도 많지 않거니와 그 중 수작(秀作)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다. 이런 맥락에서 ᅌᅳᆫ 연기, 연출, 대본이 합을 이룬 보기 드문 공연이었다. 무엇보다도 황수아 작가의 대본은 이제까지의 국내 창작 2인극 중에서도 단연코 으뜸이라..

회원 비평 2024.02.02

[제2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인간의 진보를 위해 희생된 모두를 위한 씻김굿 <친절한 고르스키씨>, 연극평론가 김기란

인간의 진보를 위해 희생된 모두를 위한 씻김굿 김기란 (2023.11.18.-11.19, 민송아트홀 2관)는 극단 사개탐사의 박혜선이 연출한 작품이다. 코로나19로 셧다운된 상황에서도 박혜선 연출은 만담 (2019), 낭독공연 , 렉처퍼포먼스 (2021), 평화잡담 (2023) 등 다양한 형식의 무대를 선보였다. 이번 ‘월드 2인극 페스티벌’에서도 2인극 소재로서는 평범하다 할 수 없는 내용을 다루었는데, 그것은 과학기술이 야기한 트라우마를 주술의 힘으로 치유한다는 내용이다. 2인극이라는 제한된 형식을 통해 과학과 주술에 대한 심리적 거리를 넘어설 수 있는, 극적 설정을 60여 분 동안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이는 무대와 연기에 앞서, 대본이 지닌 극적 설득력이 요구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결론적으로 의 ..

회원 비평 2024.02.02

[제2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존재론적 사유를 탈각한 부랑의 무언극 <날개>, 연극평론가 정수진

존재론적 사유를 탈각한 부랑의 무언극 정수진 ‘이상李箱’은 한국 모더니즘을 환유하는 이름이다. 전위적이며 해체적인 문학적 실험을 거침없이 토해내던 천재 작가는 시대와 불화하다 스물여덟 살에 요절하였다. 그는 시, 소설, 수필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감각적인 글쓰기를 경주했다. 그의 문학작품은 식민지 조선 지식인들의 불안과 갈등을 근대의 도시 풍경과 함께 감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특히 대표작 는 자의식이 강한 주인공을 통해, 세계와 갈등하는 인물의 내면을 명징하게 포착해 낸 한국 모더니즘 문학의 분명한 성취다. 이상의 를 무언극으로? 극단 화담의 (이상 원작, 박상협 각색·연출, 민송아트홀 2관, 2023.11.11~11.12)는 원작 이상의 를 2인극 무언극으로 각색한 작품이다. 각색과 연출을 맡은 박..

회원 비평 2024.02.02

[제2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2인극이 성취해야 할 공연의 밀도 <꽃, 피우다>, 연극평론가 정수진

2인극이 성취해야 할 공연의 밀도 정수진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는 원래 1명뿐이었다. 대화보다는 코러스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던 공연 환경에서, 아이스킬로스는 처음으로 배우의 수數를 두 명으로 늘리고 코러스의 역할을 축소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를 “대화가 드라마의 중심이 되게 하였다”고 평가한 바 있다. 배우 두 명이 마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갈등이 무대 위에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2인극은 인간의 갈등을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연극의 형식이다. 단 두 명의 배우만으로 내면적 갈등부터 자아와 세계와의 갈등까지 심층적으로 무대화하여, 궁극적으로 공연의 밀도를 성취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배우라면 꼭 한 번 도전해 보고픈 연극의 형식이라 하겠다. 2023 ‘월드 2인극 페스티벌’은 “깊..

회원 비평 2024.02.02

[제23회 월드 2인극 페스티벌] 앙상블의 합과 차, <샤프심> <공무도하>, 연극평론가 김남석

앙상블의 합과 차 김남석(연극평론가) 1. 극단 두하늘의 : 되바라진 학생과 엄숙한 선생님의 견해차 극단 두 하늘의 은 방문한 학생과 그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의 견해 차이를 그려내고자 한 작품이다. 나이 든 세대가 판단하는 관점을 반영이라도 하듯, 에서 수업을 찾아온 학생은 맹랑한 모습으로 일관했다. 이에 반해, 선생님은 이러한 학생을 적절하게 통제하지 못하는 현 시국을 반영하려는 듯, 감당하기 어려운 학생에게 쩔쩔매며 끌려다니고 있었다. 일견하면, 이러한 교사와 학생의 모습은 이 시대의 통념에 기대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실감을 획득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의 희곡 대본은 시대적 통념에 구체성을 더했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2인극이 감당해야 하는 닫힌 세계에 대한 구속력이 지나치게 완강..

회원 비평 2024.02.02